허구추리 도서




만화 '스파이럴'시리즈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도 광고했지만 정작 스파이럴 시리즈를 모르니 
'그렇군' 하면서 가볍게 넘기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미스터리 대상' 을 수상했다고 하니 추리소설의 일종이겠지 하고 작가인 
'시로다이라 쿄' 가 누구야 ? 하면서 읽어가기 시작했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어린 시절 요괴들에게 납치당해 '지혜의 신' 이 되어달라고 부탁받고 
그걸 수락하는 대신 눈과 다리르 하나씩 바친 소녀 '이와나가 코토코' 부터입니다.
그녀는 자기가 반한 남자 '사쿠라가와 쿠로' 와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하지만, 
불행하게도 쿠로에게는 이미 '유미하라 사키'라는 여자친구가 있었죠.
그렇게 첫 사랑부터 참혹하게 실패하나 싶지만, 운 좋게도 쿠로가 애인인 사키와 헤어지면서 
코토코는 쿠로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가합니다.
한편 어떤 이유로 쿠로와 헤어진 사키는 여경으로 취직해 성실하게 일하다가 
직장동료로부터 아이돌 '나나세 카린' 이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된 도시전설 
'강철인 나나세' 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일반인라면 그런 괴담을 아직도 믿냐 며 웃어넘기겠지만, 
전 애인인 쿠로와 헤어진 계기가 요괴와의 만남이었던 만큼, 
사키는 어느 정도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퇴근 길에 이와나가를 만나고, 그녀가 쫓던 강철인간 나나세를 만나게 됩니다. 
거기에다 작중 시간으로 2년 전에 헤어진 전 애인 쿠로도 만나게 되죠. 
이 셋이 모이면서 '강철인간 나나세' 퇴치가 시작됩니다.

 띠지와 표지에서 '추리소설' 이라고 광고했는데, 
읽어보고 표지를 덮은 뒤 드는 생각은 '이게 추리소설인가' 였습니다. 
셜록흠즈 이래 많은 추리소설들이 탄생해짔지만
추리소설의 기본은 '미지를 해명하는' 탐정 (화자)와 답을 알고 있는 
범인(작가) 이 둘과 주변 인물의 대화를 읽으며 진실을 추리하는 독자가 기본 구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진실은 절대 뒤집지 못 하죠. 
하지만 '허구추리' 이 소설은 진실을 찾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목 그대로 허구를 더 추구하죠.
실제 살인을 한 범인부터 '도시전설'의 형태를 한 허구입니다. 
거기에 그 도시전설의 원인으로 취급받는 아이돌 사망사건도 
작중 표현으로 '한없이 자살에 가까운 사고사' 로
결론이 났지요. 그런데 그 사건에 이 소설의 진범이 개입하면서 
허구가 만들어지고 날조와 소문으로 부풀려지면서 
소문이 또 다른 소문을 낳으며 강철인간 나나세가 탄생합니다.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지 명백한 진실이 있는 다른 추리소설들과 다른 시작이지요.
 거기에 이런 허구에 대한 주인공들의 대처 방식은 어떤가 하며, 진실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로 태어났다면 이 쪽도 거짓말로 맞서면 된다. 
오히려 범인의 거짓말보다 더 매력적인 거짓말을 지어내어 덧씌워주겠다 는 태도입니다.
이런 작품 속 범인과 주인공 일행의 태도는 이제까지 '사건의 진실이란 뭐냐' 고 
눈을 부릅뜨고 찾으며 '범인은 누구냐' 고 머리를 싸매며 고민한 많은 탐정들의 노력을
비웃는 듯 싶습니다. 본래 추리소설은 술래잡기와 비슷합니다. 진실을 쫓는 탐정과 독자. 
그리고 진실을 감추어둔 범인 작가가 지면을 빌려서 서로의 논리와 추론을 통해
탐정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생각해 낸 '가장 적절한' 해답을 독자가 제시하면 작가이자 범인이 심사해주죠.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추리소설의 근저를 철저히 부정합니다. 어찌 보면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진실이 뭔데 ? 어차피 시작부터 허구였다면, 허구로 엮어서 만든 이야기도 대중이 좋아한다면 진실이겠네? 
왜 그렇게 진실에 목을 매는데?" 는 물음을 던집니다.
결국 이 소설에 '진지한' 의미로 말할 수 있는 '진실' 은 없습니다. 
단지 '강철인간 나나세' 를 멋대로 부풀리고 자기들 망상대로 만들어 낸 대중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허구추리' 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궤변' 소설에 가깝지요. 
거기에 그 '궤변' 에 독자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미 작가가 정해진 결말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죠.
추리 적가가 스스로의 소설에서 '진실은 없다' 고 확언해버린 이상. 독자는 작중 등장인물들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추리소설로 본다면 감점요인이 되죠.

 그럼 이 소설은 결국 어떤 소설이냐. '추리' 소설이지만 '진실을 찾는 추리'가 아니라 '허구를 쫓는 추리' 고 
그 '허구' 조차 더 '그럴듯한' 허구에 먹혀버립니다.
결국 남은 건 ?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뿐이죠.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단권으로 본다면 등장인물들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허구에 가까운 요괴를 대변하고 그들 사이에
중재를 맞은 이와나가. 경찰이란 직업이 상징하듯 현실에 뿌리를 둔 사키. 
요괴와 섞였지만 인간이고 싶은 쿠로. 이 세 캐릭터의 밸런스가 
작품 중반까지는 적당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 이후 사키가 사실상 이야기에서 탈락하면서 
이 작품은 결국 이와나가와 쿠로 그리고 진범 간의 이야기였다는게 확실해지면서
그 밸런스도 붕괴했습니다. 물론 속편을 낸다면 캐릭터적으로 문제가 없지요. 
'확고한 목표'가 있는 진범. 그리고 그 진범을 막아야 하는 이와나가와 쿠로.
간단하면서 납득이 가는 이원적 구성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라이트 노벨에 가까운 구성이죠.

결론을 내자면 '허구' 로 일어난 사건을 더 '실감나는' 허구로 뒤덮어서 
'허구' 를 죽인다는 구성은 참신했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책은 '추리' 소설이 아닙니다. 
'궤변' 소설에 가깝죠. 그리고 다음 권이 나온다면
이번같은 '허구로 덮는' 형태의 서술은 없어야 겠습니다. 
처음에야 신선하겠지만 거짓을 거짓으로 덮는다면 읽는 독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추리를 통해 진실을 보여줘야 할 주인공들이 계속 사기와 궤변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면 그게 추리 소설이라고 인정할까요
작가가 다음 권을 낸다면 이 점을 생각하고 
좀 더 '추리 소설' 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더스크 2016/05/17 23:23 # 답글

    제목부터 느껴지지만 대놓고 추리 소설은 아닌...
  • 괴인 怪人 2016/05/18 16:19 #

    일단 '허구' 추리였으니까요 ㅇㅇ
  • aLmin 2016/05/17 23:46 # 답글

    표지의 슴가 때문에 보신 거군요. 압니다.
  • 2016/05/18 16: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LionHeart 2016/05/17 23:48 # 답글

    전통적인 '추리 소설'도 아니고 말씀하신 '허구'로 허구를 덮는 전개이긴 하지만 이 역시 독자가 '어떤 허구를 사용할까?'에 대해 상상하기에는 충분한 재료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자인 시로다이라 쿄의 작품은 이것이 3번째 입니다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전개력이 매력적이라 만족해서 읽었습니다.
  • 괴인 怪人 2016/05/18 16:20 #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해결법은 허구 대결보단 경찰인 사키가 제공한 현장정보에 기반한
    '논리' 대결에 가까웠죠. 하지만 그 사키도 이번 권에서 등장이 끝났으니
    만약 다음 권이 나온다면 말씀하신대로 '요괴'에 기반한 허구들의 대결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열혈 2016/05/20 00:25 # 답글

    원래 저 작가가 그랬습니다. 절원의 템페스트는 못 봤지만 스파이럴 시리즈도 흥미진진하게 가다가 억지넘치는 전개로 호불호가 갈리곤 했죠.
  • 괴인 怪人 2016/05/24 14:06 #

    '허구' 추리 세 개를 던질 때까지는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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