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날이라고, 편의점이라곤 GS25 밖에 없는 시골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대여점에서 가져왔습니다.
존윅 시리즈가 처음 극장에 걸렸다 했을 때, 키아누 리브스 이름빼면 볼 이유없다 싶어 안 갔죠.
그런데 그런 날 있지 않습니까 고단하고 노곤해서 아무 생각하기 싫고 이직용 자격증 공부.
취미생활 즐기기 위한 라이트노벨 / 만화 / 소설 다 귀찮고 퇴근해서 바로 온수샤워하고
저녁 대신 고단백 고지방 수제안주에 수제 맥주는 아니지만 편의점 외제맥주 따서 마시며
큰 화면으로 피와 살이 튀기고 총성이 쉴새없이 터지는 영화 한편 보고 싶을 때.
존윅은 그런 영화입니다. 광고만 보면 말이죠.
2시간 동안 영화를 다 보고 난 감상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입니다.

비글 입니다. 가죽만 비글이지 천사죠.
비글인데 배변훈련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대소변가리고
주인인 존윅에게 산책을 보채지도 않고, 존윅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고
존윅과 처음 나간 자동차 산책에서 얌전히 차에 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글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죠. 심지어 이 때까지 존윅은
영화 보신 분들이 아는 그 살벌한 존윅이 아니라 반폐인 반백수 아저씨입니다.
그런 주인에게 비-글이 지랄견 케르베로스 중에 하나를 차지한 그 비글이 얌전하죠.
이 쯤 오면 비글이 아니라 비글의 거죽을 뒤집어쓴 골든 리트리버인가 의심스럽니다.
아니면 존윅의 숨겨진 살인본성에 쫄아든 걸지도 모르죠.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만난 사이도 아니고, 술집에서 서로 기분좋게 만난 사이도 아닌
주유소에 기름 넣다가 스친 사이입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꼰대 차 좋네 차 팔아' 이럽니다.
이런 식으로 중고차영업하면 망합니다. 요즘 중고차를 새로 장만해야하는데, 이런 딜러 만날까 걱정입니다.
존윅이 정중하게 거절해도 '아 됐고 팔라고 얼마?' 이럽니다. 진상이네요. 피해야합니다.
하지만, 키아누 리브스는 거절하지 못 했습니다. 현장 공백기가 길어서 말이 어눌했거든요.
그 대가로 키아누 리브스는 모피어스에게 매트릭스 개런티로 받은 비싼차 유리에 야구방망이가 박히고
타이어는 펑크가 났고, 은둔생활동안 동반자였던 벽걸이 50인치 TV가 작살났으며, 마누라 차도 뺏기고
결정적으로 비글의 거죽을 뒤집어쓴 천사같은 골든 리트리버 반려견까지 죽었습니다.
비글도 본능적으로 느낀 존윅의 살인본능을 인간이 눈치채지 못 했습니다. 인간실격..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비글이 비글 거죽을 뒤집어쓴 천사를 죽인 셈이죠.

복수할 시간입니다.
개가 천사를 죽였으니 깽값을 받아야죠.
존윅을 도와준 저격수 킬러와 미리 말을 맞춰뒀다는 언급이 없거나
뜬금없이 규칙을 깨면서까지 존윅을 죽이려는 여자 킬러의 속사정이 생략되거나
플롯에 구멍이 조금씩 났지만, 매트릭스 이후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키아누 리브스의 복귀작으로
이만하면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나온 액션영화였습니다. 존윅 리로드 도 개봉했을 때도 보러갈걸.
후회가 됩니다만, 건물주일게 분명한 대여점 주인아저씨가 들여놓았을거라 믿습니다.
망작은 아닌데, 그렇다고 명작은 아니고 많이 보는 사람은 없는데 팬은 있는
영화를 꼭 한두편씩 들여놓거든요. 대여점 아저씨 화이팅 ^^)!!
덧글
우리집 근처에 있던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가끔 커피도 주고, 빵도 주고, 가끔 놀러가서 라면도 끓여먹었는데 말이죠... 추억의 대여점.